2008. 9. 9. 15:24

제빵기 본전 뽑기(3)- 집에서 모찌 만들기

모찌는 제가 참 좋아하는 떡입니다.
모찌라는 말은 일본어인데 일본어로는 그냥 '떡'이라는 뜻이라네요.
우리에게 '모찌'란 흰찹쌀떡 안에 단팥을 넣은 떡이잖아요?

저는 어릴 적에 간식을 별로 먹어본 적이 없는데, 장사하던 어머니가 가끔
동대문 시장에 물건 사러 가면 꼭 모찌를 사오곤 했는데 그게 그렇게 꿀맛이었지요.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간식이요 떡이었습니다.
지금은 모찌가 흔해지고 마트에서도 팔고 떡집에서도 팔기 때문에
그때의 그 느낌은 없지만, 어째 그때 모찌맛에 영 못 미치는 것 같아요...


제가 '제빵기 본전뽑기' 시리즈를 올리는데 이번에 3탄입니다.
<1탄은 집에서 잼 만들기>이고 <2탄은 집에서 인절미 만들기>였습니다.

저는 한 가지 용도로만 사용되는 물건은 잘 사지 않습니다.
이렇게 저렇게 구색을 갖춰야만 한다는 생각은 버린지 오래입니다.
그랬다간 집안이 살림살이로 가득차게 되고 가끔 밖에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이 너무 많아지거든요.

무슨무슨 기계~ 라고 해서 꼭 그 용도에만 사용되는 물건들은 절대로 안 사고
두루뭉수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기계를 사는 게 낫다고 봅니다.
그리고 다른 물건으로 대체해서 사용할 수 있다면 굳이 그 물건을 살 필요도 없다고 보고요.

요즘 '모찌기계'를 많이 찾으시는데 그게 일본 제품이에요.
쌀을 넣으면 단팥까지 다 넣어져서 나오는 게 아니라면 결국 손이 가야하는 것이죠.
그게 또 가격이 만만찮은 것 같습디다.
그런데 제빵기가 있는데 굳이 또 따로 모찌기계를 사야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에 <제빵기로 인절미 만들기>를 올렸잖습니까.
어차피 같은 찹쌀로 만드는 찹쌀떡의 일종인데 모찌는 제빵기로 못 만들게 뭐냐~
하는 생각이 들어 도전을 했습니다.

분명히 하나의 기계로 여러가지 용도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들었는데 안 써먹고
다른 기계를 또 따로 사는 것처럼 낭비는 없다고 생각되더군요.
물론 모찌전용기계는 쌀을 넣으면 밥까지 되면서 반죽까지 한번에 완료되는 것 같은데
밥이야 우리가 일상 하는 것이니 밥 따로 해서 반죽기계에 넣는다고 특별히 더
어려운 것 같지는 않습니다. ^^

그럼 시작할까요~


재료- 찹쌀 하고 싶은 양만큼~ (2~3컵 정도). 단팥앙금
첨가물- 올리브오일 1수저. 설탕 1수저. 소금 조금. 녹말가루.


단팥앙금은 따로 직접 만드실 분도 계시겠지만 그건 달리 알아보시고
저는 제과제빵할 때 사용하는 제품을 구입해서 넣었습니다.

1. 먼저 찹쌀을 오랜 시간 불렸습니다. 저는 아주 푸~욱 12시간 정도 불린 것 같습니다.
충분히 불리는 게 나을 것 같아서요.
그리고 밥을 했는데 물은 쌀이 막 잠길 정도로만 넣으세요. 많이 넣으면 안됩니다.
저는 압력밥솥에 했는데 약간 눌은 부분이 있었어요. 그건 떡으로 하지 마세요~

인절미 만들 때는 현미찹쌀로 했어요. 밥을 현미찹쌀로 해먹으니까요.
인절미는 겉에 콩가루를 묻히니까 떡이 덜 고와도 괜찮지요.
그런데 모찌는 하얀 떡이라서 현미찹쌀을 쓰면 안되겠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찹쌀로 했습니다.
현미찹쌀은 거칠어서 밥알이 그냥 남아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2. 제빵기에 뜨거운 채로 밥을 넣습니다.
그리고 '반죽'코스를 시작합니다.
올리브오일 1수저, 소금 조금, 설탕 1수저를 넣었습니다.
반죽에 복분자액기스나 녹차가루 등 색깔있는 것들을 좀 넣으면 이쁜 색깔이 나오겠죠?


제빵기에는 수타반죽 코스가 별도로 있는 것도 있고 없는 것도 있는데 상관 없습니다.
빵 만드는 코스를 돌리면 어쨋거나 반죽이 돌아가니까요~
그 반죽 코스만 돌리면 됩니다. 약 30분 정도 돌아갑니다.
충분히 불려서 밥을 했기 때문에 그 정도만 돌리면 완전히 찹쌀떡이 됩니다.


그리고 요런 장갑을 꼈어요. 왜냐?
인절미 만들 때와는 달리 찹쌀떡은 뜨거울 때 만져줘야하거든요.
뜨겁고 손에 붙어서 힘듭니다.


요 장갑을 끼고 일회용 비닐장갑을 끼면 됩니다.
굳이 꼭 저런 목장갑이 아니어도 되는데 우리집엔 저 장갑이 있어요.
저걸 끼면 손바닥에 고무같은 게 있어서 비닐장갑이 딱 달라붙습니다.^^


제가 넣을 팥앙금이에요.
저걸로 단팥빵을 만들어먹으려고 예전에 샀는데 통 안해먹다가 얼마 전에 개봉했지요.
단팥빵 잘 만들어먹고 남은 걸로 오늘 모찌를 만들려는 겁니다.
용량이 1kg인데 이걸로 꽤 많이 만들어먹네요~
앞으로 모찌 한번 더 만들어먹고 남는 걸로 단팥빵 또 만들어먹어야겠습니다. ^^


3.  제빵기에서 반죽 일부만 꺼냈어요.
아주 부들부들하고 곱지요? 그런데 아주 축~ 늘어지고 엄청나게 달라붙습니다.
도마에 녹말가루를 듬뿍 뿌려놓고 반죽을 놓으셔야 안 들러붙습니다


수저로 반죽을 뒤집어라 엎어라~ 해서 묻혀서 안 들러붙게 해줍니다.


4. 장갑에 식용류를 몇방울 떨어뜨린 후에 골고루 바르세요.
그런다음에 반죽을 만지면 안 들러붙어요. 그냥 하면 장난 아닙니다~
자~ 반죽을 조금 뗀 다음에 조금 넓혀서 그 안에 단팥을 넣고 붙여주세요.
양손을 사용하는 거라 사진 찍기 너~무 힘들었네요.




5. 단팥을 넣고 동글동글 굴린 다음에 녹말가루에 굴려 묻힙니다.
그러면 완성!!


아직 뜨거울 때 빗어서 놔두면 모양이 서서히 찌그러집니다. 흐느적거리거든요~
그냥 신경 끄세요. 틀에 넣어 만들어도 됩니다.




자~ 완성되었습니다.
6. 요걸 이대~로 냉장실에 넣습니다.
그러면 식으면서 단단해지고 모양이 만들어집니다~
솜씨 좋은 분들은 이~쁘게 빗으세요.
저는 자고로 이쁘게 빗는 것보다는 그냥 내가 먹기 편하면 됐다는 식입니다.^^

좀더 이쁘게 만들어 사진 찍을 수도 있는데 만들다보니 너무 먹고 싶어져서
에라 대강 모양만 만들자~하고 대강 빗어놓고 얼른 냉장고 넣을 생각만 하고 있습니다.


냉장고에서 충분히 식은 것을 한입 먹어볼까요~
오우!! 파는 것과 차이를 거의 못 느끼겠습니다!!
이쁘게 만져서 이쁜 그릇에 담으면 누구든지 속일 수 있겠어요! 흠하하하하!!!!


요즘 날씨가 더운께로~~
하루 이틀 새에 먹기 힘들면 냉동실에 넣으세요.
그랬다가 먹기 한 두시간 전에 꺼내서 그냥 실온에 놔두시면 녹으면서 원상태로 돌아갑니다.
약간의 습기로 표면에 녹말가루가 녹은 게 걸리면 살짝 녹말가루 뿌려서 굴려주면 되고요.
어제오늘 냉동실에서 꺼낸 걸 다시 먹는데 전혀 다르지 않습니다. ^^

전혀 안 어렵지요?
인절미 만들기와 다른 것은 인절미는 볶은 콩가루에 굴린 것이고
모찌는 뜨거울 때 속에 단팥을 넣어주는 것이지요~

자~ 이제 제빵기 본전 또 확실히 뽑으셨죵?
저보다 더 솜씨 좋게 이~쁘게 만들어보세요 ^^